최근 Open AI는 새로운 AI 모델 GPT-6 Astra를 공개했다.
새로운 AI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은 대체로 비슷한 곳에 모인다.
이전 모델보다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수학이나 과학, 코딩과 같은 분야의 벤치마크 점수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추론의 정확도와 속도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가 새로운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Astra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상당한 성능 향상을 이루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stra의 등장과 함께 특히 강조되고 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End-to-End Work', 즉 하나의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는 능력이다.
기존의 AI를 이용해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려면, 인간이 작업의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인간이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AI에게 각각의 작업을 지시한 후,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토한 뒤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거나 추가 작업을 지시해야 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들을 다시 인간이 하나의 최종 결과물로 조립해야 했다.
이와 달리 End-to-End Work 작업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하나의 업무와 목표를 제시하면 AI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중간 작업들을 연결한다.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를 분석하고, 중간 결과를 검토하며, 새로운 정보가 발견되면 방향을 수정하고, 마지막에는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계약서 검토를 예로 보면, 기존에는 특정 조항의 의미를 묻고, 관련 법령이나 판례를 별도로 검색하고, 위험요소를 하나씩 검토한 뒤, 필요한 수정문구를 다시 요청하는 방식으로 AI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결과들을 사건의 구체적인 맥락에 연결해 최종적인 협상전략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변호사의 몫이었다.
Astra의 등장과 함께 특히 강조되고 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End-to-End Work', 즉 하나의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End-to-End Work 업무환경에서는, "이 계약에서 우리 회사가 부담하는 핵심 위험을 찾아 필요한 자료를 검토하고, 협상전략과 수정안을 만들어 달라."는 목표를 제시하기만 하면, AI는 계약서를 읽고, 필요한 자료를 찾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며, 위험을 평가하고, 수정문구를 작성하고, 서로 충돌하는 조건을 다시 조정하면서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End-to-End Work의 특징은 단순히 각각의 작업을 더 잘 수행한다는 데 있기 보다는 서로 다른 작업들을 하나의 목적 아래 연결하고, 전체 과정을 일관되게 수행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능의 개선이 Astra로 하여금 이러한 End-to-End Work를 가능하게 만든 것일까.
추론능력과 검색능력, 코딩능력, 컴퓨터를 직접 사용하는 능력과 같은 개별적인 성능의 향상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능력의 향상만으로는 기존의 AI와 구별되는 End-to-End Work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개별 작업을 아무리 잘 수행하더라도 각각의 작업이 서로 단절되어 있다면 하나의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긴 업무를 수행하려면 처음 주어진 목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앞선 단계에서 확인한 사실과 판단을 다음 단계에서도 활용해야 하고, 새롭게 발견된 정보를 기존의 정보와 연결해야 한다.
조건이 바뀌면 이전의 판단 가운데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결국 하나의 긴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각각의 작업을 잘하는 것을 넘어, 앞선 작업의 결과를 다음 작업의 맥락으로 이어가며 전체 과정을 하나의 연속된 사고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과거의 정보를 불러내고, 그것을 현재의 사고에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흥미롭게도 이것은 인간의 기억이 사고에서 작동하는 방식과 상당히 닮아 있다.
우리는 흔히 기억력을 얼마나 많은 것을 저장하고 있는가의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기억의 진정한 가치는 저장 그 자체에만 있지 않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경험을 했더라도 현재 직면한 문제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적절한 순간에 불러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판단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반대로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문제와 연결하고, 서로 다른 기억 사이에서 관계를 발견하며, 새로운 정보에 비추어 과거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기억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라 사고의 일부인 것이다.
AI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I가 긴 업무의 맥락을 유지하고, 앞선 단계에서 확인한 사실과 판단을 다시 불러내며, 새로운 정보를 그것과 결합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의 맥락은 단순히 저장된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추론에 사용되는 재료가 된다.
여기까지는 하나의 업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이 하나의 업무를 넘어 사용자와 AI 사이에 장기간 축적된 상호작용으로 확장된다면 새로운 차원이 펼쳐진다.
AI가 사용자가 과거에 무엇을 물었는지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어떤 오류를 반복했는지, 어떤 반론을 받아들여 자신의 판단을 수정했는지까지 기억하고 그것을 현재의 문제에 활용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순간 과거의 상호작용은 단순한 대화기록을 넘어 현재의 판단에 다시 사용되는 일종의 '경험'이 된다.
그렇다면 같은 기반 모델을 사용하는 두 사람의 AI는 여전히 같은 AI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은 AI를 날씨를 확인하거나 번역하고 이메일을 정리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다른 사람은 같은 AI와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반박해보라고 요구하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검토하며, AI의 답변에서 발견된 오류를 지적한다.
실제 세계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다시 가져와 과거의 판단이 왜 맞았거나 틀렸는지를 함께 검토하기도 한다.
몇 년 뒤 두 AI가 축적한 상호작용의 역사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리고 AI가 그 역사를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불러내 현재의 사고에 통합할 수 있다면, 두 AI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때 발휘하는 능력 역시 같다고 보기 어려워진다.
인간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오랫동안 단순한 업무만 반복한 사람과 다양한 책을 읽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논쟁하고, 여러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의 판단이 틀렸던 이유를 끊임없이 되돌아본 사람이 있다면, 수십 년 뒤 두 사람이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같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두 사람의 지적능력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기 보다는, 무엇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했으며,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과거의 경험을 어떻게 불러내 현재의 판단에 연결하는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AI의 성능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AI의 성능은 거의 모델의 성능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면, 기억과 상호작용의 역사가 현재의 추론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는 순간 더이상 AI Performance와 Model Performance의 등식은 유효하지 않게 된다.
모델의 성능은 모든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공통의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 사용 과정에서 발휘되는 성능은 그 위에 축적된 상호작용의 역사와 그것을 현재의 문제에 얼마나 적절하게 불러내고 통합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해온 '개인화'와도 조금 다르다.
AI가 사용자의 말투를 기억하고, 답변의 길이를 조절하며, 관심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취향의 개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과거 판단과 오류, 경험과 사고방식을 고려해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달리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 자체가 개별화되는 것이다.
한편, 사용자와 AI의 상호작용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지식이나 문제해결 방식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범용 모델의 성능으로 흡수될 수 있다.
그렇게 향상된 모델은 모든 사용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추론능력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상호작용의 가치가 그렇게 일반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사용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판단을 잘못하는지, 위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과거의 선택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와 같은 경험은 그 사용자와 결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범용 모델의 발전과 성능의 개별화는 서로를 상쇄하는 과정이라기보다 함께 진행되는 과정일 수 있다.
개별적인 상호작용에서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모델의 성능으로 흡수되고, 더 뛰어난 모델 위에서는 다시 사용자마다 서로 다른 상호작용의 역사가 쌓이게 된다.
투자를 생각해보면 이 차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투자자가 동일한 기업에 관한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동일한 분석도구와 투자이론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투자전략을 선택하거나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은 산업의 변화를 빨리 읽지만 지나친 경계심 때문에 좋은 종목의 매수를 주저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잘 포착하지만 자신의 투자논리에 지나치게 집착해 손절해야 할 순간을 놓칠 수 있다.
같은 가격의 하락을 누군가는 좋은 매수기회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원칙을 깨뜨릴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마다 축적된 경험이 다르고, 위험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며, 정보를 해석하는 인지적 습관과 심리적·감정적·정서적 특성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모든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분석방법은 존재할 수 있어도,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하게 최적인 투자전략이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AI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투자자의 경험에서 발견된 뛰어난 기업분석 방법이나 새로운 밸류에이션 기법은 범용 AI 모델의 능력으로 흡수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특정 사용자에게 가장 좋은 투자 판단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호작용의 history를 통해 이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비관하는지, 어떤 유형의 판단에서 반복적으로 오류를 범하는지, 어느 정도의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지, 자신의 투자논리를 언제 지나치게 합리화하는지를 알아야 가능한 것이다.
다시 인간의 지능에 빗대어 보면, 기억과 경험, 직관과 인지적 습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이 결합되어 우리가 실제 세계에서 '지능'이라고 부르는 능력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이것은 Prompt Engineering과도 다르다.
좋은 프롬프트는 AI가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끌어내는 방법이다.
반면, 과거의 문제와 판단, 오류와 수정, 실제 결과에 대한 검토가 축적되고 그것이 미래의 문제해결에 다시 사용된다면 상호작용은 단순히 AI의 현재 능력을 끌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사용자와 함께 발휘될 미래의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Prompt Engineering이 AI의 현재 능력을 '호출'하는 기술이라면,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그 AI가 특정 사용자와 함께 발휘하는 미래의 실질적 성능을 '형성'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AI와 이용자 사이에 쌓아올린 상호작용의 결과가 AI 성능의 개별화로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의 질과 내용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인간에게도 20년의 경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20년만큼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1년의 경험을 20번 반복했을 뿐일 수도 있다.
AI와의 상호작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설을 세워보았는가.
반론을 요구했는가.
AI의 오류를 지적했는가.
자신의 판단이 틀렸던 이유를 함께 검토했는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같은 문제를 다시 바라보았는가.
그리고 현실에서 나온 결과를 다시 가져와 과거의 판단을 수정했는가.
미래에 가장 좋은 AI를 사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가장 비싼 모델이나 가장 높은 벤치마크 점수를 가진 모델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오랫동안 AI와 좋은 질문을 주고받고, 함께 틀리고, 함께 수정하며, 높은 수준의 사고를 축적해온 사람이 자신의 AI에서 더 높은 성능을 끌어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AI는 출시되는 순간 완성된 하나의 제품이라고만 보기도 어려워진다.
동일한 모델이지만 서로 다른 상호작용의 역사가 실질적으로 다른 AI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 미래에는 좋은 AI를 '사는' 것보다 좋은 AI를 '만드는' 사람이 더 중요해질지 모른다.
원문 출처: 네이버 블로그 「[Ep.3/6] GPT-6 Astra — 같은 AI, 다른 지능」, 2026. 9. 11.